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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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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는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마을변호사의 생활법률 상담소 (2)

글 김주덕
(강동구 마을변호사)

Ⓐ 상황 예시

저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운영자금이 부족해져 평소 알고 지내던 갑에게 현금 5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식당 경영이 뜻대로 되지 않아 5개월 치 이자까지 주고 나머지 원금과 이자는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은 경찰서에 저를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저는 사기를 친 것이 아니고,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것 같지만, 경찰은 사기죄가 인정된다면서 저를 검찰청에 송치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올바른 대처법

위와 같이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형사고소를 당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한 내에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민사재판보다 먼저 경찰서에 채무자를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는 것입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기죄로 입건된 사람은 모두 217,721명이나 됩니다.
사기죄로 고소장이 접수되면, 경찰은 먼저 고소인(채권자, 빌려준 사람)을 불러 고소인진술조서를 받습니다. 고소장과 고소인진술조서 및 고소인이 제출하는 증거서류는 모두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가 됩니다.
이후 경찰은 피고소인(채무자, 빌린 사람)을 불러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범죄 혐의 유무를 추궁하게 됩니다. 피고소인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혐의사실을 부인할 수도 있습니다. 경찰이 피의자를 상대로 자백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소인의 진술과 증거자료에 의해 사기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피고소인은 단순히 부인만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사기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그에 부합하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빌릴 당시의 채권채무관계, 원리금의 변제의사 및 변제능력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사기죄에 있어서 편취(속여서 재물 등을 빼앗음)의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못 갚을 가능성을 알고 한 경우)라 인정됩니다.
위 상황에서 채무자가 고소인에게 5천만 원을 빌리고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갑으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 즉 식당을 운영하면서 장사가 어느 정도 되고 있었는지, 부채는 얼마나 되었는지, 그리고 5개월간 이자를 낸 이후에 어떠한 사정 때문에 나머지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그에 관한 장부나 세금을 낸 자료, 영업실적자료 등을 증거로 제출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검찰에서도 채무자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에 회부한다면, 법정에서 사기죄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투어야 할 것입니다.